오늘의 질문은
'올해 가장 인상 깊었던 장소는?'이다.
이건 고민할 것 없이 바로 떠올랐다. 속초!
본가에 살던 20살 전까지 항상
가족 여름휴가로 갔던 곳.
7번 국도는 부산 남포동에서 시작하여
강원도 고성의 통일전망대휴게소까지 이어지는
오래된 길이다.
이 길을 따라서 우리 가족은
부산에서 속초로 여름휴가를 갔었다.
아버지가 뒷좌석을 모두 펼쳐서
침대처럼 만들어 준 스타렉스에 누워서 갔다.
(지금은 교통안전 상 안 되는 것으로 안다.)
출발할 때 잠들어서 눈뜨면
속초에 도착해 있어서
나는 속초가 가까운 줄 알았다.
올해 여름휴가로 속초를 가기로 하고서
짝지와 차를 타고 출발했는데.. 멀다.
7번 국도 중간에 예쁜 풍경이 많아서
쉬엄쉬엄 구경해 가며 가긴 했지만 정말 멀더라.
새삼 혼자 왕복으로 부산 속초를
매년 운전했던 아버지께 고마웠다.
(짝지에게도 고맙다. 집돌인데
이렇게 먼 곳을 같이 가줘서 말이다.)
6시간쯤 걸렸나..?
속초 표지판을 보고ㅠ들어간 속초는 뭐랄까..
생소했다.
10번도 넘게 와본 곳 맞을까? 싶을 정도로..
오른쪽은 짙푸른 바다,
왼쪽으로는 거대한 울산바위가 있는 설악산이
도시를 감싸고 있었다.
색으로 치자면 강렬한 비비드 3원색이 만난 것처럼.. 바다도, 산도 누구 하나 약한 게 없달까?
깊고 웅장했다.
이렇게 좋은 곳이었다고?
왜 이렇게 생소하지??
혼란스러웠다.
이번 여행과 이전 원가족과의
여름휴가는 뭐가 다른 걸까 생각해 봤다.
하나 떠오르는 건 이번 여행은
내가 '고른' 장소이고,
부모님과의 여름휴가는
부모님이 골랐던 여행지였다는 것이다.
학교 다닐 때 소풍이나 수학여행 등으로
진주 남강, 설악산 등등
좋은 곳들을 많이 다녔는데,
이 장소들을 나중에 성인이 되어
찾아가 보면 완전 다른 느낌이었다.
이번에도 비슷한 게 아닐까 싶었다.
내가 선택한다는 것이 이렇게 중요한 것일까..
내 인생에서 내가 선택하는 것들과
타인의 기대에 맞추는 것들은
이런 차이를 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또, 인생에서 항상 내가 원하는 선택만
할 수는 없을 텐데..
타인의 선택을 따르더라도,
이번엔 타인의 말에 동의하는 것을
내가 '선택'하여 주체적으로 살 수 있다면
내 인생이 좀 더 다채로워질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